2016 싱글즈 (Singles) 6월호 세븐틴 민규

 

청춘의 초상 세븐틴

 

13개의 청춘이 그리는 그림은 ‘세븐틴’으로 완성된다. 꽉 찬 무대만큼 열정이 넘치고 실력은 충만하다. 데뷔 1년차 세븐틴의 현재다.

 

지난해 13명의 소년이 세븐틴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사람들은 세븐틴의 등장이 갑작스러웠겠지만 데뷔만을 목표로 달린 이들에게는 오랜 꿈이 현실이 된 것이었다. 데뷔 1년도 채 되지 않아 세븐틴은 가온차트, 골든 디스크, 서울가요대상 등에서 신인상을 받았고, 정규 1집 앨범 신곡 ‘예쁘다’로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수상했다.

 

세븐틴은 최다 인원 남성 아이돌 그룹으로 꼽혔던 슈퍼주니어의 기록을 깬 멤버수만으로도 특별 하다. 세븐틴 안에는 3개의 유닛이 있다. 보컬팀(우지, 조슈아, 정한, 도겸, 승관), 퍼포먼스팀(호시, 디에잇, 준, 디노), 힙합팀(에스쿱스, 원우, 버논). 팀 전체 리더는 에스쿱스, 그리고 각 팀마다 리더(보컬팀은 우지, 퍼포먼스팀은 호시, 힙합팀은 에스쿱스)가 따로 있다. 세븐틴이라는 이름에는 13명이 3개의 유닛으로 하나의 팀을 이룬다는 의미(13명+3팀+1팀)가 숨겨져 있다. 멤버 각자의 장점만을 살려 팀 안에 새로운 팀을 이룬 탓일까. 리더 에스쿱스에게 속 썩였던 사람을 꼽으라고 하니 없다고 말한다. 멤버들은 되레 맏형이 속 썩인다며 장난 어린 핀잔을 한다.


“형이 안무를 틀려요!”(호시) “아까 옷을 두고 가서 제가 챙겨줬어요.”(우지) 에스쿱스는 당황한 듯 큰 눈을 더 크 게 뜨며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연습생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사이인 13명의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개성이 강한 탓에 멤버들 사이에서 자신이 묻히지 않을 염려를 하는 기색도 없다. 막내 디노는 “무대 위에서 다양한 구성을 시도할 수 있어요. 저희가 가수이자 백댄서가 되니까요”라며 눈을 반짝인다. “불편한 건 있죠. 숙소에서 씻는 데 오래 걸린다거나 밥을 많이 먹는다거나 이런 거요. 늘 함께해서 그런지 익숙해요.”(에스쿱스) 팀에서 멤버 각자가 맡고 있는 역할은 있지만, 그에 대한 부담감은 모두 함께 나눈다. 앨범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우지는 녹음실에서나 밖에서나 똑같다.

 

“처음엔 프로듀싱을 하는게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힘들 때마다 멤버들과 상의하고 결정하니까요. 멤버들은 다독이고 칭찬을 많이 할수록 더 잘해요.” 옆에 있던 조슈아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기억난 듯 말을 꺼낸다. “정한이 형이 처음부터 노래를 잘해서 우지 형이 ‘오, 형 잘하는데?’라고 했더니 정한이 형이 당황한 듯 ‘왜? 나 이상해?’라고 되묻는데 웃겼어요 . 그 안 (녹음실 부스) 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위축되는 것 같아요(웃음).”

 

13명이 함께 숙소 생활을 한 지도 4년. 촬영장에 오자마자 음료수와 과자를 정리하던 민규는 스태프를 챙기느라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한다. 집에서도 살림꾼으로 통하는 민규는 가사 쓸 때도 부지런히 상상하고 고민한다. “랩 가사를 쓰면서 상상을 많이 해요. 사랑하는 여자에 대해 써야 한다면 그 사람과 어디에서 만나 무엇을 할지 생각하죠. 상상의 시작은 영화와 드라마예요.” 여자보다 더 예쁜(!) 정한은 멤버들에게는 ‘엄마’로 통한다. 세심하게 잘 챙기는 성격 때문이다.

 

“예쁘다는 말 들으면 기분 좋아요. 저에게는 예쁜 모습도 있고, 멋진 모습도 있으니까요. 연습생 때부터 2년 동안 머리를 길렀어요. 밥 먹을 때 머리카락이 흘러내려오는 것 말고 불편한 게 없어요.” 세븐틴이 데뷔하기 전 [쇼 미더 머니]에 출연했던 버논은 혼혈임이 드러나는 남다른 외모에 특별히 자신감을 갖거나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는다.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닮았다는 말 많이 들어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온 영화는 다 봤어요. 감사하지만 솔직히 부담스러워요.” 팀에서 ‘아재 개그’ 하는 멤버로 원성이 자자한(?) 원우는 행동이 느리다.

 

“팀에서 느림의 미학을 맡고 있어요(웃음). 개그 욕심은 별로 없는데 어떤 단어 하나를 들으면 말장난이 하고 싶어요.” 그의 아재 개그를 여러 번 들은 승관은 “재미가 없는데 재미있어요”라며 아리송한 말을 한다. “그 당시에는 하나도 안 웃긴데 신기하게도 자기 전에 생각나서 피식하게 된다니까요?” 에스쿱스 역시 원우표 아재 개그의 늪에 빠진 눈치다. 얼마 전 존경하는 가수 윤도현을 직접 만나 사진을 함께 찍었다는 도겸은 여전히 만남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하다. “어렸을 때 [나는 가수다]를 보고 선배님의 에너지를 봤어요.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게 정말 멋있어 보였어요. 선배님 같은 가수가 되고 싶어요.” 분위기 메이커인 리드 보컬 승관은 제주도 출신이다.

 

때마다 제주도에서 부모님이 한라봉을 보내주신다. “제주도 출신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저희 집이 한라봉 농장을 운영할 것 같은가봐요. 사실 저희 엄마도 제주도 마트에서 한라봉 사서 부치시는 거예요(웃음). 서울 와서 처음엔 많이 답답했는데 지금은 많이 적응했어요.” 중국 출신으로 아직 한국어 ‘ㄹ’ 발음 때문에 고생인 디에잇은 한국말이 어눌해도 굴하지 않는다. 멤버들의 ‘말투가 귀엽다’는 칭찬을 즐긴다. “멤버들이랑 놀면서 한국말을 터득했어요. 불편한 거 없어요. 멤버들이 제 말을 정말 잘 알아듣거든요.” 애교가 가장 많은 멤버를 꼽아보라고 하자 주저 없이 호시가 나선다. “애교 하면 제가 살벌하죠.” 눈웃음을 치며 웃다가도 무대 안무에 대해 묻자 짐짓 진지해진다.

 

“이번 ‘예쁘다’ 무대에서는 어떻게 하면 멤버들의 캐릭터를 모두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댄스컬’ 이라는 장르로 뮤지컬 요소를 가미했어요. 다이내믹한 동선에 멤버들의 표정 연기를 더했죠. 동선 짤 때만 힘들지 멤버들과 동작 맞출 때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 스스로 멤버 중 외모 서열 순위 1위라고 말한 준은 디에잇과 마찬가지로 중국 출신이다. “자신감이 있어야 무대 위에서도 잘 할 수 있으니까, 저에게 주문하듯 말한 거예요. 외모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요? 코요. 부모님께 감사해야죠.” 한국에 온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2행시, 3행시 짓는 재미에 푹 빠진 조슈아. 그 탓에 팬 사인회 때마다 난감하다.

 

“5행시를 요청하는 팬들이 있어요. 당황스러워요(웃음).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멤버가 버논뿐이니까 한국에선 케이팝을 들으며 한국어를 배웠어요.” 데뷔 1년차인 세븐틴, 그들은 그저 ‘더 바빠진 연습생 ’ 같다고 말한다. “모든 스케줄이 끝나면 늘 연습해요. 연습생 때는 데뷔가 목표였는데 데뷔하고 나니 그 다음 목표는 끝도 없더라고요. 그러니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민규) 질문 하나를 던지면 멤버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가 한마디씩 더 거든다.

 

말이 서툰 멤버의 답에는 옆에서 부연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멤버 한 명이 말하면, 나머지 12 명의 눈 24 개가 그곳에 모인다. 그 시선에는 애정과 배려가 어려 있다. 이들은 서로를 챙기고 아끼는 법을 알고 있는 듯하다. 치열 하고 냉정한 현실 속에서 세븐틴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은 오직 그 길밖에 없다는 듯이. 13명의 소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븐틴이라는 이름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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