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데이즈드 코리아 (DAZED KOREA) 3월호 세븐틴 민규

 

세븐틴 민규의 오늘보다 아름다운 내일

 

또 만나네요.
민규 
2016년 12월, 엄청 추운 날 이태원에서 <데이즈드> 화보를 촬영했잖아요. 저. 그거 다 기억나요. 그때 난생처음 금발로 염색했을 때라 저도 제 모습이 낯설었어요.

 

그때가 몇 살이었죠?
민규 딱 스무 살요. 저 이제 스물셋 됐어요. 아직 어리지만요. 지금보다 어린 그때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냥 일이 생기면 열심히 하고, 놀 시간이 생기면 열심히 논 거 같거든요. 근데 지금은 일도 열심히 하지만 좀 성숙하게 생각하고 생활하려고 노력해요.

 

키가 좀 더 컸나요?
민규 오랜만에 보는 분들은 다 그렇게 물어보시는데요, 그때랑 지금이랑 똑같아요.(웃음)

 

오늘은 세븐틴 민규가 아니라 그냥 김민규를 만나러 왔어요.
민규 네, 저도 너무 기대하면서 오늘을 기다렸어요. 데뷔하고 처음 찍는 개인 화보거든요. 기분이 어마어마하게 좋았어요. 저도 저지만 저희 스태프도 즐겁게 준비하시는 게 눈에 보여 더 좋았죠. 세븐틴은 팀이잖아요. 앨범 콘셉트나 멤버들의 조화가 중요하니까 아무래도 뭘 확 하긴 어렵고 이든요. 헤어·메이크업 스태프와 스타일리스트 형이 이번에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겠다고 그러더라고요.(웃음)

 

지금 민규씨 이야기 듣고 생각났는데, 우리 처음 만났을 때도 스태프를 친근하게 살피고 있었어요. 그게 유독 인상적이었죠.
민규 원래 성격이 그래요. 어떤 연예인은 촬영장에서 되게 과묵 하잖아요. 저도 그게 멋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흉내 내봤는데, 10분도 안 가더라고요.(웃음) 그냥 같이하는 팀이니까요. 계속 수다 떨고 싶고, 즐겁게 해주고 싶어요. 일 때문에 만난 사이지만 그게 다 추억이잖아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인가요?
민규 네, 많이요. 사람 정말 좋아해요. 저도 누군가에게 빨리 다 가가는 스타일이지만 누군가 제게 훅 다가와 주면 엄청 고마워요. 그리고 금세 정이 들어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아무 편견 없는건 좋네요. 근데 그러면 상처받을 확률도 좀 있지 않아요? 
민규 뭐, 그럴 수도 있죠. 근데 그게 두려워서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싶진 않아요. 다행히 아직까진 정을 나눈 사람 중 제게 상처나 실망을 준 사람은 없었어요.

 

엄청난 행운이네요.

민규 그거 맞죠? 좋은 거죠? 저는요, 딱 그게 있어요. 돈도 중요하고 건강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기도 하고요.

 

근데 그 카메라 뭐예요?

민규 이거 필름 카메라예요. L사의 빨간 딱지 아시죠?(웃음) 제가 난생처음 산 카메라인데, 가방에 항상 가지고 다녀요. 작고 편하거든요. 이거 말고도 필름 카메라를 몇 대 더 가지고 있는데요, 카메라마다 매력이 다 다르더라고요. 요즘 빠져 있는 거예요.

 

요즘 아이돌 사이에 필름 카메라가 유행인가 봐요?

민규 그런 거 같아요. 근데 저 한 가지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뭔데요?

민규 저번에 찍은 <데이즈드> 화보도 필름 카메라로 찍었잖아요? 맞죠? 근데 제 기억에 현장에서 모니터를 한 거 같은데, 그거 뭐예요?

 

필름 카메라랑 디지털카메라랑 섞어 찍었어요.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컷을 모니터한 거예요.

민규 아, 그렇구나. 저는 필름 카메라의 그런 점이 좋더라고요.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거요. 필름 한 롤에 언제부터 언제까지의 시간이, 어떤 모습으로 담겨 있는지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 수 있으니까요. 그냥 그게 좋아요. 기대감이라고 해야 하나, 설렘이라고 해야 하나.

 

뭔지 알죠. 민규 씨는 해외 공연도 많이 다닐 테니까 필름 한 롤에 여러 도시가 기록되어 있을 수 있겠네요.

민규 네, 정말 그래요. 현상한 사진을 볼 때마다 꼭 복권 긁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혼자 있는 건 어때요? 잘해요?

민규 아니요.(웃음) 성격상 맞진 않아요. 저도 늘 사람들과 함께하니까 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근데 정말 잠시뿐이고, 뭐, 하다 보면 결국 누군가랑 뭘 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는 건 이제 익숙해졌어요?

민규 음, 그게 좀 복잡한 거 같아요. 뭐냐면요, 처음에는 마냥 신기했거든요. 약간 꿈꾸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근데 그 지점이 지나면 '와, 이게 정말 감사한 거구나' 하는 걸 깨닫는 순간이 와요. 저는 그래요. 그리고 거기서 좀 더 지나면 '내가 이런 사랑을 받을 만한 사람인가' 그런 의심이 들어요. 거기서 좀 더 가면 '이 사랑을 보답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게 되고요. 꼭 사랑하는 연인을 생각하는 것처럼요.

 

캐럿에게요?

민규 네, 보답하고 싶고, 대답하고 싶어요.

 

원래는 좀 오글거려야 하는데, 민규씨 눈이 그렇지 않네요.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의 유년을 기억하는 유일한 통로가 '세븐틴'과 '민규'일 수 있으니까요.

민규 맞아요. 그게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중요한 추억이니까요.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요?

민규 엄청나게요. 말 한마디도 조심해요. 제가 혹시 실수하면 저 하나 욕 먹고 끝나는 거 아니잖아요. 세븐틴이 욕을 먹고, 제 팬들도 상처받을 수 있으니까요. 조심스러워요.

 

민규도 그렇게 어른이 되는 걸까요?

민규 그럴지 모르죠. 앞으로 더 많은 걸 느끼고 배워야겠지만요. 3년 전과 지금의 제가 이렇게 다른데 앞으로 3년 후, 6년 후에는 어떤 생각을 갖고 살지 궁금해요.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하는 것도 별로였거든요. 근데 오늘 너무 재미있어요. 오늘 대화를 통해 또 하나를 배운 거 같아요.

 

지금 가장 사랑하는 건 뭐예요?
민규 부모님요. 활동하느라 부모님과 떨어져 살다 보니 감사함을 잘 몰랐어요. 게다가 부모님이 제가 하는 일을 잘 모르실 거라 생각했거든요. 저도 얘기를 잘 안 했고요. 근데 언젠가 아빠랑 간단히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했는데요, 아빠가 저에 대해, 또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계시더라고요. 모르겠어요. 갑자기 그게 너무 감사했어요.

 

사람이 아닌 것 중에선 뭘 사랑해요?
민규 기회요. 지금 제게 주어지는 기회요. 오늘도 그렇고요. 이번엔 정말 오글거리죠?(웃음)

 

네, 약간? 근데 상관없어요. 이번에도 민규의 진짜 마음일 테니까.
민규 진짜 마음 맞아요. 제게 주어지는 모든 기회를 사랑해요. 정말 감사드리고요.

 

어른이 다 됐네요, 정말.
민규 근데 저 이런 인터뷰 너무 좋아요. 평소에 하던 거랑 완전히 다르거든요. 꼭 술 한 잔 마시면서 수다 떠는 거 같아요.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요.(웃음) 근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오늘을 생각하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그땐 저 또 변해 있겠죠?

 

다음에 만나면 알겠죠.

민규 나중에 또 뵈면 좋겠어요. 만나는 텀이 짧아진다면 이런저런 가벼운 TMI도 얘기할 수 있을 테니까요.(웃음)

 

 

@min9yu_k #1 #2

 

SCAN (cr: catdogt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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