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에스콰이어 Esquire 디올 Dior 세븐틴 민규 Mingyu

 

 

Part 1. 세븐틴 민규가 말하는 신곡 'LOVE, MONEY, FAME'과 지난 앨범 <FML>의 관계

민규는 먼 곳을 보며 산다고 했다. 누군가는 꿈이라고 하는 것들을, 궁극적 목표라고 부른다고 했다.

 

인터뷰 뒤에 또 스케줄이 있다고 들었어요.

네. 연습 일정이에요. 컴백이 얼마 남지 않았든요. (해당 인터뷰는 세븐틴 미니 12집 발매 전인 10월 초에 진행되었다.)

 

오전 일찍부터 화보 촬영을 시작해 벌써 거의 해 질 녘이 되었는데, 저녁부터 또 연습을 시작하는군요. 설마 그 뒤에 운동도 하려나요?

다행히 오늘은 아침에 운동을 했어요. 촬영장 오기 전에.

 

와, 그런데 어떻게 아직까지 이렇게 초롱초롱해요? 지친 기색이 전혀 안 보여요.

화보 촬영이 저한테는 가장 즐거운 종류의 일이거든요. 아마 그래서 그럴 거예요. 특히 오늘 보는 디올 착장들이 다 처음 보는 옷들이라 촬영하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화보 촬영에서 부담보다는 재미를 느끼는군요.

부담을 더 많이 느낄 때도 있었죠. 옛날에는 포토그래퍼 실장님이나 스태프들이 너무 무섭고, 괜히 불편하고 그랬어요. 딱히 나쁜 일을 겪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혼자 ‘저분의 눈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이 업계에서 활동하기가 어려워질 거야’라는 강박을 느끼기도 하고요.(웃음) 그런 부분에서 편해진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이제는 실장님이 주시는 디렉션에 따라서 특정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표현해보는 게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거든요. 각을 딱 잡고 서보자고 하시면 ‘아 이런 착장에 똑바로 서는 거면 기사 같은 느낌이겠구나’를 떠올리면서 자세를 잡아보고, 의자에 앉아서 나른한 느낌을 내보자고 하시면 파리의 오래된 건물 속에서 커튼이 나풀거리는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렇게 화보 촬영하는 동안 혼자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저는 사실 오늘 촬영장의 민규 씨를 보고 약간 감명을 받았거든요. 촬영 컷을 구경하고 있는 잘 모르는 스태프들에게 먼저 와서 농담을 건넸잖아요. “이 컷에서 제 손가락 너무 뭉툭한 것 같지 않아요?” 하면서. 굉장히 허물없고 자연스러운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랬나요?(웃음) 제가 그런 분위기를 좋아해서이기도 해요. 왜 외국에서는 함께 작업을 하다 보면 서로 잘 몰라도 ‘안녕?’ ‘넌 어디서 왔어?’ ‘무슨 일을 하고 있어?’ 하고 가볍게 질문과 대화를 할 수가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 현장에서는 그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노력을 해야 하죠. 그렇다면 저는 좀 노력을 해서라도 거기서 오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저 아직도 기억나는 게, 예전에 저희 팀 후배가 세븐틴 힙합팀을 인터뷰하고 돌아와서는 ‘너무 재미있고 솔직하고 좋은 친구들이더라’ 칭찬을 계속했어요. 그런 말 잘 안 하는 친구인데.

와 다행이다. 마음이 놓이네요.

 

이런 얘기는 자주 듣지 않아요? 어디에 출연하든 꼭 한 번은 세븐틴 멤버들의 진솔함과 팀워크에 대해 언급하잖아요.

맞아요. 그래도 저희가 어디 가면 예쁨을 받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이런 게 있잖아요. 저희가 이제 활동한 지도 꽤 됐고, 멤버들 각자의 경험치, 기준, 피로도를 줄이는 노하우가 생겼을 거란 말이에요. 이건 해도 되고, 이건 굳이 할 필요 없고…. 본인도 모르게 자기 안에서 그런 선이 생기면 그게 누군가에게는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다들 착하다, 친절하다, 얘기해주시지만요.

 

워낙 작은 실수도 생각보다 큰 불씨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죠. 그래서 저는 세븐틴이라는 팀이 가진 솔직함과 소탈함이 신기해요. 온갖 종류의 사람들에게 재해석되는 직업을 가졌다는 사실과 진솔하고자 하는 마음 사이에서 좋은 균형감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연륜 덕분일까요?

그건 사실 정말 쉽지 않은 부분이죠. 제 생각에 그런 쪽으로 연륜은 평생 안 생길 것 같아요.(웃음) 대신 뭐랄까, 본능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요. 재미있게 얘기를 하다가도 ‘어, 이건 내가 감히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냐’ 하는 촉이 딱 오거든요. 본능처럼. 당연히 솔직하면 좋겠지만 그게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부정적 영향이라도 끼친다면,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주제라면 저희도 얘기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사실 이젠 뭘 조심해야 한다고 서로 얘기하는 부분도 거의 없어요. 다들 각자의 본능이 생겼고, 각자가 조심해야 할 것을 조심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냥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게 된 거죠.

 

저는 13명이나 되는 가지각색의 남자들이 어떻게 저렇게 잘 지낼까 신기했는데, 또 바꿔 생각해보니까 가족이 많은 집에서 자란 아들들처럼 저절로 공동체 의식과 둥근 태도가 발달했겠다 싶기도 하더라고요. 바람직한 태도나 사고방식은 서로 배우기도 했을 테고요.

맞아요. (그런 부분이) 정말 많죠. 사실 저희가 밖에서 보는 것보다 자주 싸우거든요.(웃음)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의견 차이는 언제나 있는 거니까. 그런데 어릴 때는 그렇게 싸우면서 ‘쟤 왜 저래?’ 했다면 이제는 ‘그럴 수 있지’ 하고 받아들여요. 맨날 하는 이야긴데,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니까요. 그 명제는 이제 정말 사고방식 한가운데에 자리 잡게 된 것 같아요.

 

슬슬 새 앨범 얘기를 해볼까요? 신곡인 ‘LOVE, MONEY, FAME(feat. DJ Khaled)’은 제목부터 강렬해요.

이번 앨범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부터 저희끼리 한 얘기가 그거였어요. “힙하게 하자. 그리고 좀 쿨해지자.”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보면, 사실 그 곡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런 거거든요. 돈이든, 명예든, 사람들이 손에 넣고 싶어 하는 많은 것이 있지만 결국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랑이라고요.

 

솔직하면서도 진정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군요.

이번 미니 12집 앨범 이름이 <SPILL THE FEELS>예요. ‘우리 내면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줄 알게 된다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앨범이죠. 자기 감정에 솔직하다는 건 늘 긍정적인 것과는 다른 거잖아요. 화를 낼 수도 있고, 서운하거나 슬픈 걸 말할 수도 있고, 또 행복할 때는 그걸 충분히 즐길 줄도 알아야 하니까요. 타이틀 곡은 그중에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담은 노래예요. 처음 제목을 들으면 ‘뭐야, 자기가 쌓아 올린 것들을 자랑하는 힙합 스타일의 곡인가?’ 싶지만 정작 들어보면 또 다른 메시지가 있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그런 ‘선’을 지키는 게 세븐틴의 매력이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이게 재미있는 게, 신곡 제목을 줄이면 ‘LMF’더라고요.

맞아요, 맞아요! 저희 10번째 미니 앨범인 <FML>의 정반대죠.

 

아, 의도된 거예요?

저도 의도된 건 줄 알았어요, 진짜로. 사실은 어쩌다 보니까 우연찮게 그렇게 된 거긴 한데요. 저도 놀라서 혼자 ‘나중에 인터뷰할 때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해야겠다’ 생각했죠.(웃음) 우리가 이전에 ‘FML(F*ck My Life)’, 그러니까 ‘빌어먹을 세상’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 하고 싶은 얘기는 그 빌어먹을 세상에 ‘LMF(Love, Money, Fame)’, 사랑과 돈과 명예가 있는데 그중 제일 중요한 게 사랑이다. 이렇게 뒤집어지는 해석이 있는 거예요.

 

하지만 결국 인터뷰 자리에 앉은 민규 씨는 그 얘기를 좀 의뭉스럽게 꾸민다거나 하지 못하고 ‘사실이 아니지만 인터뷰에서 그렇게 얘기해야지’ 생각하셨다는 얘기까지 전부 다 털어놓는 길을 택하셨군요.

뭐… 그렇게 얘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죠. 인터뷰는 또 양심적으로 해야 하니까.(웃음)

 

 

Part 2. 민규의 꿈, 그리고 그 꿈의 전제 조건

민규는 먼 곳을 보며 산다고 했다. 누군가는 꿈이라고 하는 것들을, 궁극적 목표라고 부른다고 했다.

 

최근에 출연한 유튜브 예능들 보면서 느낀 게, 민규 씨가 참 재미있는 사람이더라고요.

재미있고 싶죠. 재미있고 싶은데,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제 입으로 말하지는 못하겠고.

 

주변의 평가는 어떤데요?

저요? 뭐, 그냥 ‘밝은 사람’ 정도이지 않을까요?

 

밝은 사람. 말주변과 센스가 좀 있는.

말주변도 있고 말재간도 있고 센스도 있고 위트도 있지만, 자기 입으로 그걸 말하지는 않는 겸손함도 가진….

 

그런 사람이군요.

만약 그렇게 느끼셨다면, 기사에 그렇게 써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본인 입으로 그렇게 소개한 건 아니다’라고 해주시면 좋고요.

 

(웃음) 근데 저는 실제로 그렇게 느꼈어요. 기상천외한 농담으로 빵 터뜨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말을 살리는 타이밍과 센스가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그런데 또 세븐틴 전 멤버가 다 있는 자리에서는 거의 말을 안 하더라고요.

아, 정말요? (잠깐 생각하다가) 의도한 건 아닌데,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네요. 자연스럽게 든 버릇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저뿐만 아니라, 다들 하고 싶은 말을 얼마나 참고 있겠어요? 13명인데 다들 뭘 하겠다고 덤벼들면 난리 나죠. ‘내가 할 말 있는데, 재미있게 할 자신 있는데, 그래도 네가 했으니까 넘어가자.’ 저뿐만 아니라 다들 자연스럽게 그런 태도를 갖게 된 것 같아요.

 

민규 씨는 그중에서도 특히 웃긴 건 좋아하지만 사람들을 굳이 본인에게 집중시켜서 뭔가를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렇죠. 제가 원래는 말도 많은 편이거든요. 두세 명 같이 나가는 예능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하고, 지금 인터뷰도 정말 신나요. 너무 솔직한 얘기도 나오려고 하고요.(웃음)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것과 예능이나 진행에 욕심이 있다는 건 또 다른 얘기겠죠. 민규 씨는 어느 쪽이에요?

전자예요. 이야기하는 거, 재미있는 걸 좋아하지만 그게 대중이 저를 바라보는 메인 포인트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죠. 어쨌든 제 직업이 가진 근본적인 부분이 있잖아요. 그걸 잘 지키면서 부가적으로 여러 가지 모습도 보여주는 건 좋지만, 제가 아예 다른 길로 나가게 된다거나 하는 건 전혀 아닌 것 같아요.

 

세븐틴은 멤버들이 개별 활동을 자제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렇게 각자의 스케줄이 펼쳐지기 시작하면 팀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지니까 그렇겠죠.

정확해요. 슈퍼주니어 형들이 저희가 어릴 때부터 되게 예뻐해주셨거든요. 아무래도 다인원 그룹이라는 지점에서 옛날 생각도 나고 애착도 가고 그런 부분이 있었겠죠. 그런데 형들이 늘 그랬어요. 너희 흩어지지 말고 꼭 팀 활동 오래오래 하라고요. “그게 너희들한테도 좋고, 팬들이 제일 원하는 거야.” 그때도 그게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새는 특히 더 절실히 느끼는 것 같아요. 어쨌든 세븐틴은 팀으로 있을 때 제일 멋있고, 팀으로 있을 때 팬들이 가장 좋아해주시니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최대한 포인트를 팀에 두고 가자는 게 저희 생각이에요.

 

만약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민규 씨가 가장 해보고 싶은 건 뭐예요?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죠. 여행 브이로그 유튜브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누구랑 대화를 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여행하는 걸 보여주는 식으로.

 

저 민규 씨가 LA 여행하는 브이로그 되게 재미있게 봤어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사실 그거 재미없다고 멤버들이 뭐라고 했는데.

 

온갖 여행 낭만을 잘 담아낸 영상이었지 않나요? 볕 좋은 날 모자 눌러쓰고 베벌리힐스에서 자전거 타고, 여기저기 편집숍 들러서 나이키 슈즈나 아디다스 저지 같은 거 사고, 샌타모니카 비치 가서 일몰 보면서 맥주도 마시고.

그쵸. 저 진짜 그때 LA의 낭만이라고 할 만한 건 다 했거든요.

 

타이어가 갑자기 펑크 나서 동네 바이크숍에서 수리 기다리는 것까지 완벽했어요.

맞아요. 그 자전거 마음에 들었는데. 돌아올 때 한국까지 가져올 수가 없어서 그거 그냥 동네 공원의 꼬맹이한테 주고 왔거든요.

 

그냥 줬다고요? 그 꼬마는 민규 씨가 누군지도 모르고요?

(웃음) 모르죠 전혀. 그냥 “이거 너 가질래?” 했던 게 전부였어요. 누군가는 이해가 안 가는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효율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한 것들을 행복으로 만들고 사는 게 제 목표거든요. 지금도 그 자전거를 타던 순간과 공원에서 어린 친구에게 줬던 순간이 저한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여행 좋아해요?

좋아해요. 세계 일주가 제 꿈이에요. 어릴 때는 언젠가 요트 자격증을 따서 직접 요트를 몰고 유럽까지 갔다가,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다는 꿈을 품기도 했죠. 그 꿈은 사실 지금도 남아 있어요. 꿈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언젠가 꼭 실현시키고 싶은 목표이기도 해요.

 

한 번씩 떠올리는 먼 미래의 막연한 본인 모습 같은 거군요.

맞아요. 사실 제가 먼 미래만 생각하고 살긴 하는데요.(웃음) 그래서 멤버들한테도 혼날 때가 많거든요. 다들 내년에는 뭘 하고, 내후년에는 뭘 하고, 이런 걸 얘기하는데 저 혼자 20년, 30년 뒤를 얘기하고 있으니까.

 

그야 혼자 자꾸 은퇴해서 요트 타고 카리브제도를 떠도는 삶을 얘기한다면 당연히 혼이 나겠죠.(웃음)

아뇨. 그 반대죠. 저는 50살이 넘어서도 활동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10년 뒤에도 당연히 우리는 세븐틴일 텐데 왜 1, 2년 뒤를 걱정해?” 그러면 멤버들은 당황하고요.

 

어, 잠깐만요. 그러니까 먼 미래의, 세계 일주를 하는 나이 든 민규 씨도 여전히 세븐틴 멤버인 거군요.

맞아요. 휴식기에는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고. 미국 투어 같은 걸 한다 그러면 커다란 캠핑카를 빌려서 이동하고. 월드투어를 한다고 하면 요트 타고 이동한다거나… 그건 좀 말이 안 되겠죠?(웃음)

 

말이 되는 것과 별개로 저는 좀 놀랐어요. 당연히 은퇴 후를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막연한 꿈속에서도 당연하게 세븐틴을 그리는구나 하고요.

세븐틴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꿈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큰 목표거든요. 목표가 있어야 사람이 가동을 하니까. 자꾸 최대한 더 먼 미래에 제 자신을 두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TWITTER #1

INSTAGRAM #1 #2 #3 #4

WEB #1 #2

YOUTUBE #1

©